자동차 부품 산업은 전통적으로 ‘팔수록 돈이 드는’ 시장이었다. 금형을 만들고, 부품을 생산해 납품할수록 제조원가가 함께 증가한다. 그런데 이제 자동차 산업의 수익 공식을 새롭게 쓰는 기업군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하드웨어 제조 없이 자동차에 필수 기능을 제공하며 반복 판매 가능한 소프트웨어 특유의 매출 구조 덕분에 높은 수익성과 안정적인 매출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의 대표주자로 아우토크립트가 주목받고 있다. 아우토크립트는 차량 내 보안과 통신을 책임지는 솔루션을 자동차 완성차 제조사(OEM)와 부품사에 공급한다. 이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자동차 부품’처럼 차량 내 필수적으로 탑재되며 개발 한 번으로 다양한 차종에 반복 적용된다. 한 번 개발된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모델에 반복적으로 적용되며 공급 계약은 차량 판매량에 비례한 로열티 구조로 이뤄진다. 즉 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추가적인 제조비 없이 수익이 증가하는 형태다.
이 구조는 기존 자동차 부품사와는 전혀 다른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전장 부품사는 차량 1대당 납품하는 부품의 수나 단가에 따라 제조비가 비례 증가하며 수익률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반면 아우토크립트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은 제조 원가의 증가 없이 매출이 누적되어 소프트웨어 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그대로 자동차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로열티 구조는 아직 자동차 산업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이미 주요한 수익 전략으로 자리잡은 모델이다. 미국의 다국적 반도체 기업 퀄컴은 자사의 칩셋과 통신기술에 대해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으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다른 예로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은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CPU 아키텍처를 설계해 수억 개의 칩에 채택되며 기술 라이선스 및 로열티 이익을 거둔다. 2024년 Arm은 총매출 32억3000만 달러 가운데 55.7%인 18억 달러를 로열티 수익으로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