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소프트웨어는 기술이 아닌 수익모델 자체다”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연료와 엔진으로 움직이던 기계는 이제 전자적으로 구동되는 ‘거대한 컴퓨터’가 되었다. 전기차·자율주행차의 확산 속에서 차량의 중심은 엔진에서 ECU(Electronic Control Unit 전자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이 2030년까지 6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 자동차 산업 내 소프트웨어의 가치 비중도 현재 10~15%에서 8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차량 한 대에는 평균 150개 이상의 ECU 가 탑재된다. 이들은 가속, 제동, 충돌 감지, 배터리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모두 독립된 소프트웨어로 작동한다. 최신 차량 한 대에 탑재되는 소스코드 라인은 약 1억 줄, 이는 보잉 787의 두 배, 스마트폰의 100배 수준이다. 즉,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수많은 소프트웨어로 움직이는 ‘달리는 컴퓨터’라는 의미다.
이처럼 차량이 소프트웨어화 되면서 보안은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자동차 보안은 기존의 IT 보안과 전혀 다르다. 제한된 연산 자원, 다양한 개별 ECU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환경 속에서 차량마다 최적화된 보안 설계와 적용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수년간의 실차 테스트와 검증 없이는 자동차 제조사(OEM) 및 부품사(Tier 1)에 제품 공급이 불가능하다.
국내 자동차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아우토크립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차량 보안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장기간의 실증을 거쳐 자동차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최근 아시아 태평양 최초로 유럽연합(EU) 차량 판매를 위한 기술인증기관 자격까지 획득하며 자동차 보안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의 수익 구조다. 일반적인 부품사들은 차량 양산에 따라 수익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지만, 초기 비용이 고정되어 있는 소프트웨어 공급사의 경우 차량 양산에 따라 수익 증가율이 급격히 커진다. 여기서 ‘양산’이란, 동일한 차량 모델이 대규모로 연속 생산되는 단계로, 이 시점부터 지속적인 수익을 얻게 된다.
특히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경우 양산에 따른 시장이 확보되어 있다는 점에서, 적용 대상이 한정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일반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보다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양산 프로세스를 쉽게 변경하기 어려운 자동차 산업의 특성은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므로, 초기 선점 기업의 독과점이 예측되기도 한다.
보안 소프트웨어는 최근 각국의 법제화로 인해 차량 탑재가 의무화되었다. 자동차의 각 영역에 단계적으로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미 글로벌 차량 제조사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아우토크립트와 같은 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로열티 수익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새롭게 형성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은 성장성, 수익성, 과점가능성을 모두 가진다. 이 시장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한계가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국내 첫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탄생할지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