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차라 불리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친환경차 등의 기술 발전을 목표로 각국은 새로운 법과 규제를 도입하고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노력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 획득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7월10일 미래차 특별법을 시행했다. 미래차 특별법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대표되는 미래차 특성을 반영해 소프트웨어를 미래차 기술과 부품 범위에 최초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내 부품산업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특별법에는 미래차 기술개발, 사업화, 표준화 등 미래차 경쟁력인 소프트웨어 핵심 역량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미래차 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공급망 강화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 규모도 상당하며 올해 9조7천억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사들은 미래차 전환 속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가 지난해 발표한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미래차 전환 단계에 있어서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상당수가 미착수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부품 기업 10,212개 가운데 2,120개가 ISC 조사에 참여했는데, 조사 참여 기업의 76%가 미착수 단계였으며, 생산단계 17.7%, 개발과 계획 단계 9.6%였다. 전체 기업 10,212개 가운데 104개(1.0%)만이 미래차 부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미래차 접근에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미래차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금, 인력, 기술력 등이 필요한데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미래차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해외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 리서치에 따르면 해외 자동차 부품 업체들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자금, 보안, 기술 및 인력부족, 규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리서치에서는 소프트웨어 전환에 있어서의 가장 큰 장벽으로 ‘복잡성과 비용’(85%)이 꼽혔으며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정비지원 부족/계획 불확실성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한국이나 해외 모두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에 있어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래차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각국의 소프트웨어 정책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미래차 특별법에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평가하는 성능평가 항목이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차량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보안에 대한 성능 평가가 중요해졌다.
유럽에서는 인증 성능평가 과정을 만들어 이 인증을 필히 획득하게 되었다. 유럽연합(EU)이 이 규정을 채택하면서 올해 7월부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자동차 OEM에게 형식승인은 ‘필수 요소’가 되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R155 및 R156 규정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유럽시장의 모든 차량은 성능평가인 형식승인(Vehicle Type Approval, VTA)을 의무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이 형식승인은 평가기관의 엄정한 평가 절차를 통해 발급된 인증서를 통해 증명되며 이 형식승인을 획득한 자동차 제조사들만 유럽 수출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이 성능평가는 실제 인증평가기관 (Technical Service, TS)에서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최종 인증하는 단계로, 이 평가를 통과해야 부품사들이 유럽 등지로 수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미래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인 아우토크립트는 지난 5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자동차 사이버보안 형식승인 평가기관으로 선정됐다. 아우토크립트가 평가기관에 선정됨에 따라 ‘유엔의 차량 형식 승인 협정’에 가입된 68개국에 사이버보안 구축부터 평가 발행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아우토크립트 김덕수대표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미래차 부품으로의 전환과 준비 작업이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치열하다”며 “상위 부품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아우토크립트가 사 이버보안 설계와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에 대비하여 오는 2027년부터 소프트웨어 사이버보안이 의무화된다.
아우토크립트는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 자동차 산업 변화 속에서 EU 인증평가기관 자격을 획득함으로써 국내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소프트웨어 리더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아우토크립트는 창업 이후 총 누적 투자액 700억원을 달성했으며 투자사들을 대상으로 기술력과 시장성,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매출 또한 지난 4년간 매년 82% 이상의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